안녕하세요, 정진부 목사입니다. 20년 넘게 목회 현장을 지키며 깨달은 한 가지 진리는, 아무리 고귀한 신학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성도들의 삶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힘을 잃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번역의 현장, 즉 신학이 삶이 되고 신앙이 인격이 되는 가장 역동적인 장소가 바로 ‘북클럽’임을 확신합니다.
그 깊이를 더하고 사역의 지경을 넓히기 위해, 앞으로는 관련 논문들을 공부하고 그 핵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 첫 시간으로, 북클럽이 성도들의 신앙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의미 있는 연구(Megan Milota, 2018)를 소개합니다.
1. 연구의 출발: “예수님을 생각 어디쯤에 두시나요?”
이 연구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 대화할 때,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표현되고 다듬어지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세 그룹의 북클럽이 루이스 어드리크의 소설 「리틀 노 호스의 기적에 관한 마지막 보고서」를 읽고 나누는 대화를 분석한 기록입니다.
소설 속에는 여성 신부의 등장이나 종교적 혼합주의 같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2. 북클럽, 믿음이 자라는 역동적인 실험실
연구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북클럽은 단순한 독서 모임을 넘어, 내면의 신념이 외부와 부딪히며 재구성되는 ‘신앙의 조율(Negotiation)’ 현장이었습니다.
첫째, 소설은 내 신앙의 ‘민낯’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을 비평하며, 사실은 내 안에 숨겨진 진짜 신념을 밖으로 드러냅니다. 논문은 이를 ‘외부화(Externalization)’라고 부릅니다. 내가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감동하는지를 대화 속에서 발견하며, 비로소 나의 영적 현주소를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거룩한 마찰’이 믿음을 정교하게 만듭니다. 나와 다른 해석, 혹은 내 신념과 충돌하는 문장을 만날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연구자는 이 불편함이야말로 '나는 왜 그렇게 믿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드는 성찰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이 마찰을 통과한 믿음은 ‘덮어놓고 믿는 신앙’에서 ‘이유를 아는 단단한 신앙’으로 성숙해집니다.
셋째, ‘거주’에서 ‘탐색’으로 나아가는 신앙입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우스노는 현대인의 영성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전통과 제도 안에 머무는 ‘거주의 영성’과 진리를 찾아 나서는 ‘탐색의 영성’입니다. 북클럽은 이 두 영성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책을 통해 끊임없이 진리를 탐색하게 함으로써, 고이지 않는 역동적인 신앙을 만듭니다.
3. 우리에게 ‘전문적인’ 북클럽이 필요한 이유
논문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교회 내 여성 모임’의 사례였습니다. 이들은 소설의 내용이 자신들의 교리와 맞지 않자 강한 거부감을 보였고, 대화는 단절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리딩크리스천의 사역의 방향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모임은 자칫 교리적 잣대로 서로를 비판하다 끝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적 깊이와 목회적 지혜를 갖춘 리더가 필요합니다. 리더는 성도들이 세상의 문화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영적 가이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먼저 좋은 모임에 참여해야 하며 평소에 개인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4. 나가는 글: 공감을 위한 리허설
소설 읽기는 타인의 고통에 깊이 몰입해보는 연습입니다. 논문은 이를 ‘윤리적 연습(Ethical Practice)’이라고 부르더군요. 낯선 인물의 삶에 들어가 보는 경험은, 실제 삶에서 만나는 ‘나와 다른 이웃’을 더 깊이 이해하고 환대할 수 있는 선교적 역량이 됩니다.
북클럽은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곳이 아닙니다. 안전한 실험실에서 우리의 믿음을 점검하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연습을 하며, 더 단단하고 유연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의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성도들의 '찾아가는 신앙'을 돕고 계시는지요? 리딩 크리스천이 지향하는 북클럽 모델이 그 건강한 토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Milota, M. (2018). "Where do you put Jesus in your thinking?" Negotiating Belief in Book Clubs. DIEGESIS,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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