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크리스천 북클럽 모임 전에 개인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북클럽 모임 중에는 실제로 뭘 하는 것일까?'
인도자인 저는 보통 10분 정도 전에 성도님들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담소를 나눕니다. 저는 다른 분의 안부를 묻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영적인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도자의 안내에 따라서 본격적인 모임으로 들어갑니다.
* 통성 기도
저는 가급적 모임을 통성 기도로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크리스천 북클럽은 특별한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더 쌓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님 앞에 올려드리는 예배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성령님의 역사가 없이는 인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일반 북클럽과 크리스천 북클럽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모임을 시작합니다.
* 나눔과 경청 (토론의 시작)
본격적인 북클럽 모임이 시작되면, 미리 준비해 오신 내용을 한 분이 나누면서 모임을 엽니다. 원하시는 분이 먼저 하실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인도자가 정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도자가 강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임을 시작한 이후에 "제가 이번에 이 글을 읽어보니 ... "라고 인도자가 자기 이야기와 강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교회의 모임 인도에서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클럽은, 인도자가 아닌 참여자가 주인공입니다. 물론 인도자는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참여하시는 분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필요시에 피드백을 통해서 그분의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자는 가급적 전면에 드러나서는 안됩니다.
그러므로 모임의 시작은 아주 간단합니다. 인도자가 "OOO 집사님, 오늘 준비해 오신 내용 발표해 주실 수 있을까?" 라고 부탁드리면 됩니다.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시작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발표를 시작하면, 일단 다른 분들은 귀 기울여 들으시면 됩니다. 경청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능동적으로 듣는 것입니다. 경청의 힘은 놀랍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경청은 겉으로 보기에는 타인을 위한 기술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발표한 분이 나와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분이 정리한 내용을 경청할 때에 자연스럽게 내가 준비한 것과 비교하게 됩니다.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지적인 자극과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나도 그 이야기에 덧붙여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말할 내용이 생각납니다. 따뜻한 영적인 유대감이 만들어지고 상대방이 정서적으로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 공감과 반응 (토론의 진행 1)
한분이 발표한 이후에는, 무조건 함께 박수를 칩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적인 정서는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고민하고 정리해온 그 사람의 발표를 격려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면서 동시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영적인 동력을 강하게 불어 넣어 주는 것입니다.
인도자가 가볍게 칭찬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격려는 다 함께 박수를 치는 것입니다. "OOO 집사님, 참 잘하셨습니다, 모두 함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맨트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발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다른 분들이 이야기할 기회를 드리면 됩니다. "OOO 장로님, 방금 OOO 집사님께서 발표를 하셨는데 어떻게 들으셨나요? 혹시 피드백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은 두가지로 구성됩니다. 공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셔도 되고, 또 조금 다르게 혹은 더 깊게 생각하신 부분을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어색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반응한다는 것이 상당한 정신적인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대부분 모임을 두세번 진행하다보면 잘 따라오십니다.
한 사람이 발표한 이후에, 최소 두명 정도의 피드백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인도자 포함 모임이 여섯명 정도라면 네명 정도 피드백도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는 함께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발표한 사람은 자신의 장점과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격려를 통해서 발표자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선한 갈망이 형성됩니다.
여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발표한 직후에 그 사람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두세명 연속해서 발표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첫 사람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왜냐하면 발표 내용을 이미 다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천 북클럽은, 똑똑한 몇 사람이 그 사람의 지식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성경적으로 더 변화시키는 변화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발표하고, 한 사람이 발표한 직후에 두 사람 정도의 피드백을 통해서 생각을 격려하고 변화시켜 주는 과정을 성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주님 안에서 모두가 소중한 지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대화 (토론의 진행 2)
북클럽의 꽃은 대화입니다.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면, 결국 자연스럽게 대화가 일어납니다. 북클럽의 대화는 몇가지 방법이 있지만, 리딩크리스천 북클럽에서는 양서 토론과 대화식 토론을 사용합니다. 양서 토론은 책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대화식 토론은 서로 이야기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것입니다.
먼저 크리스천 북클럽 안에서는 아무 이야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저자의 주장과 내용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라는 대화는 좋은 대화입니다.
그리고 북클럽 안에서는 서로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의 대화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책의 내용과 연결해서 나의 경험들이 생각이 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이번에 읽은 내용과 관련해서 이런이런 경험이 있는데..."라는 식으로 신앙의 직접 혹은 간접 경험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경험 역시 충분히 좋은 대화의 소재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나누실 수 있습니다.
* 인도자의 역할
그렇다면 인도자는 이 과정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사실 북클럽의 인도자는 굉장히 힘든 역할입니다. 인도자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게 모임을 조율합니다. 너무 나서지도 그렇다고 너무 숨어 있지도 않습니다. 전체 모임이 잘 진행되도록 참여하시는 분들의 표정과 마음을 계속적으로 살피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모임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저는 북클럽에서 인도자를 영적 부모라고 이해합니다. 영적 부모는 동시에 세가지 자리에 자녀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먼저 책을 배우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참여자가 준비해온 내용을 들으면서, 어떤 부분이 강점이고 또 약점인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배우는 과정에 함께 해야 합니다. 참여자가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이용하거나 직접 질문하면서 그 사람의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 자체와 함께 해야 합니다. 인도자는 강의를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이 섬기는 영적 자녀들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더 진지하게 이미 모임을 성실히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 모임 중의 질문, 그리고 질문의 힘
북클럽이 일반적인 강의와 다른 것은, 자유로운 질문과 대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질문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또한 상대방의 발표를 들으면서 궁금한 것, 혹은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클럽 안에서는 자유롭게 그것을 나누며 서로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태도를 만들어 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줍니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는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뿐 아니라, 책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만들어주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물론 인도자도 참여자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북클럽을 인도하다보면, 굳이 인도자가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있는 대화가 오고 갑니다. 하지만 때로는 책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때로는 더 풍성한 대화를 위해서 인도자는 여러 질문들을 할 수 있습니다. 인도자는 질문을 적재 적소에서 필요한 대로 사용합니다. 그 질문은 인도자가 사전에 준비해 가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모임 중에, 신학적으로 중요한 질문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그 자리에서 다룰 것인지 아닌지는 인도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1차적으로는 참여자들이 준비한 내용을 가지고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피드백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학습 효과가 일어납니다. 다만, 모임의 흐름에 따라서 꼭 필요한 질문이라고 판단이 된다면, 인도자가 그 질문을 가지고 추가적인 토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토론의 경우에도 인도자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참여자들에게 생각을 물어보면서 지혜를 모으고, 이후에 인도자가 자신의 의견을 성경적 혹은 신학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고 북클럽 형태에 잘 어울리는 방식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 결론의 종합
이렇게 한 시간반에서 두 시간 정도 모임이 진행됩니다. 저는 열명 정도의 참여자를 기준으로 최장 네시간까지 인도해본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일곱명 정도 기준으로 두시간 안에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발표를 하고 또 피드백을 하면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인도자가 판단하면 대화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을 잘 다루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도자가 핵심을 한 두 문장 정도로 정리해서 마무리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전체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오늘 모임에 대한 소감을 말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의 준비와 발표에 대한 자기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통성 기도
모임을 마칠 이 때에는, 이미 함께 나눈 내용으로 참여자들의 마음이 뜨거워진 상태일 것입니다. 저는 가급적 통성 기도로 모임을 마무리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나눈 내용을 우리 마음 가운데 심어주시고 삶을 변화시켜주시기를 위하여 함께 통성으로 기도합니다. 통성 기도후 마지막 기도는 가급적 인도자인 제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참여자 중에 한 분에게 부탁드림으로써, 참여하시는 분에게 영적인 책임과 권위를 부여해주는 것이 성경적으로 좋다고 이해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